일러스트레이터의 스케치북, 마틴 솔즈베리
미술문화 출판
Illustrators’ Sketchbooks
예술학교의 일러스트레이션 교수인 마틴 솔즈베리가 엮은 일러스트레이터의 스케치북은 세계적인 삽화가 60인의 스케치북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스케치북은 창작자에게 아주 사적인 물건이에요.
다른 예술가의 스케치북을 보면 그들의 사고가 어떻게 전개되는지 알 수 있어서 좋아요.”
크리스토퍼 코르
“상업적이고 개인적인 차원에서 스케치북은 재료와 의미의 관계를 고민하는 장소이며, 자유로운 실험과 시각적 유희가 가능한 공간이에요. 형태와 목적을 부여해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장이고요.”
크리스 하퍼
“그림에 생명을 불어넣으려면 살아 있는 새부터 시작해보세요.
스케치북을 밖으로 가지고 나가 가능한 한 많은 새를 담아보는 거예요. 새가 날아가면 집으로 가서 다른 스케치북을 펼친 다음 본 것을 기억하려고 애써보세요.
이렇게 하면 그리고 싶은 새의 형상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새에 대한 모든 정보도 찾아보는 거죠.”
찰스 터니클리프
책에 실린 다양한 작가들의 스케치북은 최종 작품 이전의 구상 단계와 영감 등을 알 수 있어 넘겨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롭게 다가온다.
아울러 저자가 말했듯 점점 디지털로 손쉽게 작업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작가들의 아날로그적인 스케치북은 다른 의미를 지닌 듯 보이기도 한다.
“연습이 완벽을 만든다”라는 오래된 격언은 뻔한 얘기일 수 도 있지만, 관객이 보는 최종 이미지에는 눈에 보이는 것 이상으로 많은 것들이 내포되어 있음을 알려준다.
그러나 시각 예술에서, ‘완벽’은 설명하기 까다로운 개념이다.
본 것을 바로 그려내기 위해 스케치북을 사용하는 작가도 있고, 관찰한 대로 그리는 데는 관심이 없는 작가도 있다.
‘디지털 네이티브’, 즉 디지털 미디어와 친숙한 일러스트레이터들이 날로 늘고 있다. 디지털을 전적으로 활용하든 일부만 활용하든, 이들은 무엇이든 바꾸거나 고칠 수 있는 포토샵의 ‘안전망’에 익숙해졌다. 이는 실패의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해방적이다. 그러나 잘못된 부분을 곱씹어보기도 전에 삭제하는 탓에, 우연한 사건에 감사하고 배울 수 있는 행복한 기회를 놓쳐버리기도 한다.
작가의 개인적인 세계를 엿보는 경험은 일반 독자들에게 매우 유혹적이며 신비롭게 다가온다. 특히 관련 분야의 전문가와 학생이라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출판물에서보다 훨씬 더 많은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책에는 에드워드 고리, 퀀틴 블레이크, 비어트릭스 포터, 토베 얀손, 에르제 같이 세계적으로 명성 있는 아티스트의 스케치북도 실려 있지만 숀 탠, 조선경 처럼 현재 현역에서 활동 중인 작가들의 스케치북도 실려 있다.
일러스트레이션을 좋아하는 독자에게 추천한다.